weekly newsletter no.208 | 2025. 7.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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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안녕 9몬📝이야. 9몬은 뉴스레터 팀에 오기 전 텍스트(.txt) 팀에 있었어. 한겨레가 금요일에 발행하는 책과 교양 타블로이드 신문을 만드는 팀이야. 하루종일 앉아서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했는데, 500페이지 넘어가는 책을 손에 얹고 읽다가 저녁 무렵에 손목이 움직일 수가 없을 때도 있었어. 그만큼 집중했다는 거지(!!)😊
그렇게 책을 읽으면 내가 모르는 게 이렇게 많았구나, 또 한 권 읽고 아니 또 모르는 게…하게 돼. 일본의 무도가이자 철학자인 우치다 다쓰루의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와.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세상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압도’된다고. 우치다 선생조차 도서관의 그 많은 책 중에 읽은 책이 거의 없다는 거지. 죽을 때까지 이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데 그는 그게 종교적이기까지 한 감동이래.
외국 휴양지 가면 서양인들은 책을 꺼내는데 한국인은 휴대전화 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나도 한동안 책 읽는 기쁨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 이번 휘클리는 팀 휘클리 9몬, 2호, 살몬이 휴가지에서 읽은(읽을) 책을 소개해. 텍스트팀 팀장 양선아 요원에겐 ‘텍스트힙’과 책 읽기의 매력을 물어봤어. 그래서 우리의 결론은? 이번 휴가는 책📚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음 한 주(8월7일)는 쉬어가려고 해. 벗도 즐거운 휴가 보내고 8월14일에 건강하게 다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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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읽어봤다: 팀 휘클리 추천 ‘여행 갈 때 이 책’
- 한 번 물어봤다: 휴가 대신 휴식, 그럴 땐 역시 책
-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문화 뉴스 픽
-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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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고, 걷고, 올려다 보고
술꾼 천국의 발견
- 거실에서 책을 읽던 동거인이 옆으로 돌아누웠어. 등이 들썩거려. 마지막 부분을 읽나 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선생님의 가방’(가와카미 히로미, 2003)은 요약하면 술꾼 제자가 이자카야에서 선생을 만나 술친구가 된다는 얘기. 내겐 ‘술집의 신세계’였어. 주인공은 다른 손님들과 카운터석에 나란히 앉아 참치낫토, 우엉무침, 소금락교를 한꺼번에 주문해. 마침 옆자리 손님과 안주가 같다는 걸 깨닫고는 힐끗 보니 고교 시절 선생이네? 근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이 시켜 먹는다고? 책 읽던 난 눈이 번쩍 뜨였어. 한국 술집은 한 번에 안주 하나 주문하는 게 기본이잖아. 그래서 호프 메뉴판 앞에선 언제나 미간의 주름이 깊어지는 거고. ’안주빨’ 술꾼에게 일본 술집은 ‘천국’이 아닐까.
- 술로는 ‘전성기’를 누리던 동거인과 ‘1000엔으로 가는 동경식당 100’을 들고 단지 마시기 위해 도쿄로 갔어. 신선한 해산물 안주가 일품이라는 쓰키지의 가게는 여는 시간을 기다려 1등으로 들어갔어. 마지막으로 비싼 ‘우니’(성게알) 한 판까지 거의 모든 안주를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튼튼한 위장 덕도 있지만 일본의 아기자기한 안주 시스템도 있었어. 옆자리에서 먹던 샐러리맨이 일어서면서 우리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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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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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를 읽고 겨울이 오기 전 마쓰야마로 떠났어. 일본의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는 일본 고승 고보(弘法)대사의 수행길을 따라 88개의 사찰을 밟는 순례길 ‘오헨로’가 있어. 이 책은 ‘오헨로’를 걸은 이야기야. 시코쿠엔 이름에 ‘마쓰’(松)가 들어가는 도시가 두 개 있어. 요일을 번갈아가며 공항이 열렸는데, 마쓰야마가 일정에 맞아 거기로 갔지. 순례길은 다른 ‘마쓰’인 다카마쓰에서 1번 사찰이 시작돼. 하지만 깊은 생각 없이 ‘걸어볼까’ 했던 것이기에 그냥 마쓰야마의 51번 절부터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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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순례길에 오른 젊은 처자들이 자주 받는 오해를 비튼 거야. 지은이는 교토에 사는 한국인. 그는 단지 어떤 의견을 알리기 위해 지자체 선거에 나온 이웃을 돕기도 하고, 새벽에 순례자에게 녹차를 나눠 주러가는 이웃을 동행하기도 해.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의 의미가 묵직하게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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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순례길에서 녹차 나눠주는 사람을 만났어. 시코쿠 주민들이 순례자들에게 주는 선물, 오세타이를 받은 거야. 걷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순례자들에게 뭔가를 계속 나눠 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면 녹차 음료수를 공짜로 줘. ‘아리가토’도 쓸 줄 몰랐을 땐데, 오세타이로 받은 녹색 귤 이름이 너무 궁금해, 가타카나 40음도를 비교해서 ‘스다치’라는 걸 어렵게 알아내기도 했지. 숙소는 순례길 책방에 있는 공식 안내 책자를 보고 찾을 수 있어. 숙소마다 아침과 저녁을 주고 탕욕을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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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엔 유명한 도고온천이 있어. 도쿄 출신 ‘도련님’(나쓰메 소세키)이 선생 일을 하러 마쓰야마로 가. 도련님은 그곳이 촌동네라며 대놓고 무시하지만 목욕탕은 또 좋아해. 욕탕에서 헤엄치는 걸 즐기는데, 어느 날 욕탕에 ‘헤엄치지 말 것’이라 적힌 팻말이 생겨. 나쓰메의 현대적인 유머는 언제나 즐거워. 마쓰야마는 오에 겐자부로의 고향과 가깝고 오에는 마쓰야마에 있는 고등학교도 나왔지만, 문학 기념비는 도쿄 출신 나쓰메 소세키 것만 있지 오에 것은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노벨문학상까지 받아도 일본에 쓴소리를 해대는 이를 반기지 않아서래.
최고의 전망은 하늘이야
- 친구가 센다이에 살아서 작년에 아무런 계획 없이 갔어. 센다이는 도호쿠 대지진 뒤 쓰나미가 온 곳이고, 해안 건물에는 당시 물이 찼던 수위가 표시돼 있어. 공원의 나무도 당시 소금물이 들이쳐서 많이 죽었다고 하더라.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가 센다이 배경이래. 친구 있을 때 책 들고 한번 더 찾아가 봐야겠어.
- 무계획으로 간 거라, 지인이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전국에 다 있는 꼬치구이라고 답했어. 친구가 센다이라면 ‘규탕’을 먹어야 한다며 데려가 줬지. ‘무계획이 상팔자’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마음이 편해도 너무 편했어. 차 보조석에서 빈둥거리다 이것 때문인가 싶었어. 계속 하늘을 보고 있었거든. 센다이는 건물이 높지 않아 시내에서도 하늘이 넓게 뚫려 있어. 하늘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더라. 마음을 구름처럼 하늘에 띄울 수 있어서일까? 맘껏 아니면 일부러라도 하늘을 보려고 구름 관찰이라는 취미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대.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개빈 프레터피니, 2023)는 ‘하늘멍’의 세계로 안내해. 지은이는 얼마 전 ‘물멍’ 책 ‘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도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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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말 걸어준 책
무뚝뚝하지만 확실한 위로
- 2011년 7월. 샛노란 표지에 ‘보통의 존재’(이석원, 2009)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어. 22살, 첫 해외여행지로 미국을 정하고 한국 책을 딱 한 권만 챙겨가려던 참이었거든. 언어도 안 통하는 낯선 땅으로 떠날 땐, 언제든 나를 붙들어줄 책이 필요했달까. 무거운 철학책도 줄거리 따라 끝까지 가야 하는 소설도 아닌, 아무 페이지나 펼쳤을 때 말을 걸어줄 에세이가 딱이었지.
- 당시에도 위로를 주는 책은 많았지만, 이상하게 이 한 문장이 날 사로잡았어. “모든 것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도, 무조건 쉬라는 위로도 아닌, 날것의 자조와 담백한 고백이 오히려 다정했달까. 뉴욕에서 말도 안 통하고 기댈 데 없이 인턴 생활을 하던 내게, 이 책은 제법 든든한 친구였어.
- 그리고 2025년 7월. 작가가 책을 쓴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 지금, 다시 펼친 책 속 문장들은 솔직히 조금 시시해진 게 사실이야. 그래도 그때의 밑줄 그은 문장을 따라가면서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해. 벗도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가 있다면 꺼내보는 건 어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게 건네는 말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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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일기장 훔쳐보기
- 2020년, 만 29살. 이직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낯선 땅’에 한걸음 내딛고서 잠시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어. 목표를 이루고 나니, 이제는 뭘 위해 나아가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그때 만난 책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요조·임경선, 2019)야.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임경선 작가(T로 추정)와 생각 많고 느긋한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F로 추정)가 주고받은 교환일기. 30대를 앞둔 내게, 30대와 40대 끝자락을 살아가는 두 작가의 편지는 ‘완연한 어른’을 위한 지침서처럼 느껴졌어.
- 특히 ‘아내’라는 역할은 설레면서도 낯설었던 것 같아. 자취 한 번 해본 적 없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한 편이었으니까. 임경선 작가는 말해. “남편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낯설어질 필요가 있다”고. 기혼 여성에게도 엄마나 아내란 역할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지. 당연한 말이지만, 신혼인 내게 꼭 맞는 조언이었어.
- 10대와 20대엔 조언을 구할 ‘선생님’이 있었는데, 사회에 나와 독립해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되면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잖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 많다 보니, 정작 나를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고민은 늘 뒷전이 되기 쉽고. 이 책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건강하게 사랑하는 법, 프리랜서의 페이 협상법까지.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얘기를 담고 있어.
- 무엇보다 실제 대화였다는 점이 좋아. 조언이라기보다 친한 언니와 같이 수다 떠는 느낌이랄까. 인생의 새로운 역할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언니들의 일기장을 들춰보길 추천해.
불안한 나를 탓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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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딜 가나 불안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 그동안 불안은 일의 동력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좀먹는 감정이란 생각이 들었어.
- 불안의 뿌리는 뭘까? 궁금하던 찰나에 알랭 드 보통의 ‘불안’(2011)을 추천받아 작년 여름, 휴가지에 들고 갔지.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전화도 안 되는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이었어. 이 책을 읽기엔 최적의 장소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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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지만 알랭 드 보통이 사랑의 감정에 관해서만 쓰는 철학자로 알고 있었어. 그래서 책을 읽기 전 작가가 불안이란 감정을 잘 정의할 수 있을까 못 미더웠던 게 사실이야. 근데 웬걸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역사의 사례들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더라? 읽고 나서 답답한 심리책보다 불안의 실체를 명료하게 탐구할 수 있었어. 쇼펜하우어, 루소 같은 당대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불안의 원인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특히 매력적이야. 내면의 목소리보다 외부의 인정과 비난에 흔들린다면, 본인을 탓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자. 2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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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만난 책들
뜻밖에 생긴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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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바다를 ‘물 베개’ 삼아 놀 때, 내 가방엔 ‘천 개의 베개’가 들어 있었어. 엄마가 명리학을 공부한다던 친구가 여행가 노동효에게 “넌 천 개의 베개를 가졌대”라는 말을 전했을 때, 그의 나이는 13살이었어. 책 제목 ‘천 개의 베개’(노동효, 2024) 거기서 따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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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맵에도 나오지 않는 라오스 서북단 오지 지도를 손에 넣은 노동효가 155㎞ ‘환상의 메콩강 드라이브’를 감행하는 에피소드에서, 난 멋진 사진을 기대했어. 하지만 결과는 실패. 애당초 오토바이 하나로 일행 3명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던 게지. 그의 여행기엔 뜻밖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아. 거기서도 그는 고산지대에 사는 아카족을 만나, 잊지 못할 또 하나의 ‘베개’를 만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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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유쾌한 여행기로 ‘여행 같은 삶’을 꿈꾸게 하는 그는 정작 ‘삶 같은 여행’을 해. 거기 살아가는 사람들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 ‘뜻밖의 발견’을 해내지. 덕분에 난 그의 여행기를 렌즈 삼아 나의 여행과 일상을 돌아보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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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도심에서 버스로 40분을 타고 가면서, ‘날도 더운데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갈 수 있을까?’ 걱정했어. 시드니 동쪽 쿠지비치부터 본다이비치까지는 5km. 정 힘들면 버스 타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걸었어. 쿠지비치, 클로벨리비치, 브론테비치, 타마라마비치, 본다이비치를 ‘아이 쇼핑’하듯 들러, 물속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 쿠지비치에 딸린 ‘자일스 배스’라는 포인트는 너럭바위가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 수영장. 해녀의 숨비소리처럼 쇳소리 섞인 숨소리 나도록 아이와 자맥질하며 깔깔거렸는데 그게 엊그제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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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는 ‘여행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수록 좋다’고 하던데. 마침 돌아가는 버스에서 아이가 가방을 잃어버렸어. 우린 이틀에 걸쳐 수소문해서 시드니 어딘가에 있는 버스 회사 차고를 찾아내 가방을 되찾았는데....그렇게 잊지 못할 ‘베개’ 하나가 또 생겼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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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흐르는 풍경
- 언제 어떻게 알고 읽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강이 있는 풍경을 보면 떠오르는 책이 있어. 야생동물학자 델리아 오언스의 첫 번째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2019)은 두 개의 비극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 1969년 10월 ‘죽음이 쓰라리게 뒹구는 자리에 삶의 씨앗이 싹트는’ 늪에서 시신한 구가 발견돼. 1952년 8월 ‘습지의 눅눅한 숨결’이 안개가 되어 흩어지는 아침, 얼굴에 피멍이 번진 엄마는 판잣집에 6살 딸 카야를 남겨둔 채 떠나지.
-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와 늪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야. 살인 미스터리와 러브스토리가 따로 뻗어가다가 결국엔 만나는데, 그걸 뭉뚱그려 카야의 ‘성장기’라고 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생존기’라 부르고 싶어. 엄마가 떠난 뒤 혼자 해적 놀이를 하다가 녹슨 못을 밟은 카야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카야는 습지의 소금물에 발을 담그고 땅에 주저앉아서 끊임없이 입을 달싹거리며 중얼거렸다. 열려라, 닫혀라, 열려라, 닫혀라, 하품하는 시늉을 했다가, 씹는 동작을 했다가, 입이 딱딱하게 굳어버리지 않도록 쉬지 않고 움직였다. 한 시간가량 지나자 검은 진흙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팔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빠졌다. 카야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흙에 살며시 발을 쑤셔 넣었다. 이곳의 공기는 서늘했고 독수리 울음소리를 들으니 힘이 났다.’
- 지은이는 이 책을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했대. 카야와 캬아의 엄마는 고립된 채 오직 살기 위해 뭐든 했으니까. 딸과 헤어지고, 또... 설령 그런 행동이 가혹해 보일지라도 살아남기 위한 선택, 더 이상 고립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 지난여름 장마에 머리 끝까지 잠긴 습지의 버드나무가, 봄을 지나 뿌리만 간신히 땅에 붙이고도 잎이 피어난 걸 본 적이 있어. 혼자 걸었던 전남 곡성 섬진강 침실습지였지. 그때 난 카야를 생각했어. 꿋꿋이 살아남으리라, 같은 의연한 생각을 한 건 아니야. 차라리 너무 애쓰지 말라고 토닥였지. 살려면 뭐든 하게 될 테니까. 카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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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져갈 휴가 책
- 난 다음주 경북 포항 바닷가에서 이 책을 읽고 있을 거야. 휴가 때 읽을 책으로 찜한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조갑제).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됐어. 중고책을 구하거나 빌려 봐야 해. 1971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조갑제 기자가 1986년에 쓴 책이야. 조선일보에서 해직됐을 때 넉 달간 취재해서 썼대.
- 현재 조갑제닷컴 대표인 그는 보수우파의 원로라고도 불리는데, 이 책은 진영을 떠나 탁월한 논픽션으로 인정받아. 앞부분 조금밖에 못 읽었지만 디테일과 묘사가 뛰어나. 지은이가 머리글에 옮겨놓은 장면을 같이 볼까.
- ‘억울하다는 유언을 남긴 오씨가 교수대의 밧줄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는 동안 집행 참여자들은 사형장 건물 바깥 느티나무 밑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했다. 서울구치소 보안과장이 참여 검사에게 물었다. “영감님, 오판 아닙니까?” 검사는 교무계장에게 “억울하다고 죽는 사형수가 많습니까?” 하고 물었다. 계장은 “아니오, 나로선 처음입니다”고 했다. 보안과장이 “상담할 때도 그랬어?” 하고 다시 물었다. 계장은 “그걸 모르셨어요? 오휘웅이는 안 죽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검사는 말없이 땅만 내려다보더라고 한다.’
- 이어 이런 문장이 나와. ‘이 순간엔 그 어떤 인간도 밧줄을 끊을 수 없다. 사형을 선고한 판사조차도. 제도가 구르면 멈출 수 없는 시간대가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일단 집행되면 굴러가는 절차를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 조금 다르게 쓰면 생활인을 위한 금언이 돼. ‘생활이 굴러가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대가 있는 것이다.’ (여행) 떠났을 때 잘하란 얘기! 그럼 이만 살몬🐟은 책 마저 읽고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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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좋아해?
💬모르던 걸 알게 해주거나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주는 책. 또 작가만의 개성이 뚜렷한 책도. 암 경험자라 투병기나 건강 서적에도 자주 손이 가. 삶과 죽음에 관한 사유가 담긴 책, 마음과 심리에 관한 책, 성장 서사가 있는 책도.
🎙️팀 사무실에 책이 많이 오지?
💬일주일에 출판, 교양, 문학, 어린이책까지 150~200권씩은 와.
🎙️정말 많다. 그럼 1년에 몇 권 읽어?
💬1주일에 평균 한 권 이상, 연간 50~70권은 읽어. 병가 중에는 100권 가까이 읽기도 했어.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독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어.
🎙️책 읽으면서 메모나 낙서도 해?
💬아니. 책에 밑줄을 긋거나 형광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어. 그리고 책을 읽은 뒤 꼭 짧게라도 느낌과 생각을 적어두는 편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나 깨달음이 휘발돼 버리더라고. 가끔 그때 그 기록을 읽으며, 내 생각과 깨달음에 감탄하는 경우도 있어.
🎙️특별한 책 읽기 습관이 있어?
💬혼자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거실을 서성거리며, 주방에서 일하며 가끔 낭독해. 또 딸에게도 들려주곤 해. 오늘은 이 시가 참 좋다고. 얼마 전 영화 ‘동주’를 봤는데, 문득 윤동주 시집이 생각나 책장에서 꺼내 낭송해 봤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
🎙️굿즈도 모아?
💬응. 독서대, 문진, 스티키 북마크, 책갈피, 책 펼침 집게 등등. 예쁘다 싶어 사놓고 잘 안 쓰는 물건도 많다는 건… 안 비밀.
🎙️직접 쓴 책도 있지?
💬첫책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자존감은 나의 힘’. 같이 쓴 책으로 ‘나는 일하는 엄마다’,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가 있어. 가장 최근엔 유방암 투병기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를 냈어.
🎙️책 읽은 독자들도 만나봤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암 경험자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선물해주는 책이라고 전해 들었어. 암을 겪지 않은 독자들도 힘든 시기를 통과하는 데 위로가 되었다고 말해주기도 했고. 내 글과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닿고, 또 그것이 도움됐다니, 참 신기하고 고마운 경험이었어.
🎙️좋았겠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귀 기울여준다면, 다음 글을 쓸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아.
🎙️책에 대한 기사를 쓰는 일은 어때?
💬저자와 책을 만든 출판사 사람들에게 “기사 잘 읽었다” “이 책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껴. 한 권의 책에는 저자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여러 사람의 노력들이 응축돼 있어. 그들이 기사를 읽고 책을 쓴 보람을 느끼고, 또다시 책을 쓸 용기를 얻을 때, 보람을 느껴.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 일에 일조한다는 생각이 들거든.
🎙️신문 독자들도 책에 관심이 많잖아.
💬에스엔에스(SNS)나 댓글, 이메일로 독자들로부터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보람을 느껴.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를 소개해 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주엔 어떤 기사를 준비했어?
💬텍스트팀이 만드는 한겨레 책·교양 타블로이드 신문(.txt)은 매주 금요일에 발행돼. 이번주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잖아. 해외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집을 떠나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런데 휴가가 끝나면 어때? 분명히 쉬었는데, 더 피곤하고 빨리 휴일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잖아.
🎙️맞아맞아.
💬이번주 .txt 커버스토리는 ‘진짜 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야. 텍스트팀 최윤아 요원이 지난 1년 이내에 출간된 휴식과 관련 책들 중 특히 통찰력 있는 4권을 골라 소개해. 최 기자는 휴식에 관한 책을 읽고 딱 한 마디로 ‘진짜 휴식이란 무엇인가’를 정리했는데, 그 문장은 내일 한겨레신문 .txt에서 확인해줘.
🎙️책 읽기도 진짜 휴식이 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왜?
💬언제든 펼치고 언제든 덮을 수 있잖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을 쓴 울리히 슈나벨은 ‘휴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고 말해. 나를 끌어당기는 책, 내 손이 닿는 책, 그 책을 선택해 읽기 시작하는 거야. 그것은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지.
🎙️더 피곤해질 수도 있잖아.
💬책을 덮으면 돼. 책은 자유 그 자체야. 휴식이라는 건 잠시 일에서 떨어지고, 괴롭고 힘든 순간에서 잠시 떨어지는 거잖아. 그냥 집에서 멍~하니 있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힘든 감정들이 해소되지 않지. 책은 금방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동시켜줘. 큰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짐을 쌀 필요도 없어. 이 얼마나 놀랍고 고마운 존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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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텍스트힙’이란 말이 유행이더라.
💬책 읽는 사람이 멋져 보이는 시대야. 대통령, CEO, 유명 연예인도 자신이 읽는 책을 소개해. 내가 읽는 책, 내가 선택한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는 거지. 난 책 읽는 행위 자체가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해. 책을 보면 잘 쉬면서도 ‘힙’한 사람까지 될 수 있다니 일석이조 아닌가?
🎙️근데 책 읽는 사람은 적지 않아?
💬한국 사람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야. 지난 7월25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누리집에 올라온 ‘독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하여’라는 최신 보고서를 보면 그래.
🎙️어떤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2023년 43%로, 약 30%가 줄었어. 성인 10명 중 3명이 10년 사이에 독자에서 비독자로 바뀐 셈이지.
🎙️외국은 어때?
💬미국의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2021년에 조사한 미국인의 독서생활 통계를 보면, 모든 독서 매체를 합한 종합 독서율이 2011년 78%, 2021년 75%로 큰 변화는 없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독서인구 감소의 원인과 사회적 비용’ 보고서에서 이렇게 진단해. ‘한국과 미국 모두 스마트폰이나 영상물 등 다매체 환경에 처해 있지만, 미국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사회적 독서 권장’이 강력하다.’
🎙️책을 많이 권하는 분위기라는 거지?
💬공공도서관들이 상시적으로 ‘도서관 마케팅’을 하고, 오프라 윈프리나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같은 명사들이 책 추천을 많이 해. 심지어 전국의 소아과 병원 의사들이 매년 500만명에 가까운 5살 미만 어린이들에게 ‘리치 아웃 앤 리드’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책을 선물하고, 레지던트 의사들은 이 프로그램에 필요한 실무 교육까지 받는다고 해. 정말 놀랍지 않아?
🎙️우리도 서울국제도서전은 인기잖아.
💬서울국제도서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어. 올해 온라인 티켓 15만장이 소진돼 현장에서 입장권을 판매하지 못하기도 했지. 20~30대 여성들이 몰려 와 주목받기도 했고.
🎙️군산 책 페스티벌도 있던데?
💬군산 책 페스티벌은 작년이 첫 개최였는데, 로컬 감성 기반에 ‘페스티벌형 북페어’라 화제가 됐어. 특히 지역 서점과 독립출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는데, 군산이라는 도시를 ‘책의 도시’로 보는 계기가 됐지.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이 많이 가지?
💬응. ‘텍스트힙’ 문화를 주도하는 세대가 MZ들이야. MZ들은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이들도 있겠지만, 외부에도 많이 알려. 인스타그램, 스레드 같은 에스엔에스(SNS)에 책에 대한 생각을 적고, 인증도 하고, 필사도 하고, 적극적으로 책 추천도 하지.
🎙️1020세대가 책을 많이 보는 거야?
💬예스24에 따르면, 2024년 1020세대의 도서 리뷰가 전년 대비 51.7%나 증가해 4만4652건을 기록했다는거야. ‘텍스트힙' 열풍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틱톡, 릴스, 유튜브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영상 쪽에서도 ‘숏폼 북리뷰’ 콘텐츠도 많아지고 있어. 책의 핵심 내용을 1분 이내 영상으로 요약해 소개하는 식이지.
🎙️서울국제도서전이 도서전이 아니라 굿즈전이라 비판하는 글을 봤어.
💬도서전에서 책과 관련한 굿즈를 판매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것도 책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아니야? 지난해도,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을 며칠씩 가봤지만, 그곳에 온 사람들이 굿즈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나도 책은 무거워서 인터넷서점에 주문하고 굿즈 한정판은 도서전에서만 구할 수 있으니 관심이 더 가더라.
💬도서전에 온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책에 관심이 많지. 책을 둘러보고, 작가 북토크도 듣고, 굿즈도 있으니까 굿즈도 둘러보는 거지. 도서전에는 책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경직된 것이 아닐까.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책은 어떤 게 있어?
💬젊은층이 시집을 좋아한다는 통계가 있어. 함축적인 문장과 감성이 짙게 배인 시는 딱 그들 취향인 거지. 예스24 등 주요 서점 통계에 따르면, 시집 구매자 중 1020 세대 비율이 2020년 11.7%에서 2025년 19.2%로 증가했어. 이들의 2025년 1분기 시집 구매량은 전년 대비 64.5%나 늘었대.
🎙️시집을 좋아한다는 게 의외네. 💬 1020세대는 유명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가 추천해주는 책들도 좋아해. 비티에스(BTS) 알엠(RM), 배우 박정민이 추천하는 책들이 화제가 되며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기도 했지.
🎙️또 어떤 책을 좋아해?
💬세계문학전집도 많이 팔리고 있어. 한강 소설가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모순’ ‘급류’ 같은 소설들이 역주행하기도 했어. 이외에도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과 미래 트렌드를 다룬 SF와 인문학, 자기계발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 특히 북클럽을 통해 굿즈, 커뮤니티, 이벤트와 결합된 형태의 자기계발형 독서 경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민음사·문학동네 북클럽 가입자가 수만명 규모로 성장했다고 해.
🎙️아직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일단 서점에 가. 한 달에 한 번 꼭 서점에 가. 그리고 제목과 책 내용을 쭉 보고 마음이 가는 책을 한 권 사. 책을 샀다고 꼭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도 좋아. 내가 그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갔고,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책 한 권을 선택했고, 또 몇장이라도 읽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작은 것을 꾸준히 하는 거네.
💬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마. 제발. 대신 그 책을 날마다 펼쳐보는 거야. 단 몇 줄만 읽어도 좋아. 나는 자기 전에 꼭 책을 읽고 잔다고 했지? 자기 전에 잠깐 몇 줄 읽어도 좋아. 한 달이 지나면 그 책을 다 읽었을 수도 있고, 다 읽지 못했을 수도 있어. 어떤 상황이든 짧게 그 책에 대한 네 생각과 느낌을 노트에 적는 거야. 그게 너만의 데이터가 되거든. 그렇게 꾸준히 하는 거야. 한 달에 한 권씩, 1년 꾸준히 하면, 12권이나 읽을 수 있어.
🎙️그렇게 주욱 지켜나갈 수 있을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쓴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이렇게 말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게 시작하고, 자주 반복하고, 즉각 보상하라”고. “시간보다 빈도”가 습관화에 중요하다고 말야. 책 한 줄이라도 매일 펴는 것만으로도 정체성 변화(‘나는 책을 읽는 사람’)를 일으킬 수 있거든.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이라면.
💬딱 정해진 것은 없다고 봐. 무조건 지금 관심 있는 주제, 지금 끌리는 것을 선택하면 돼.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쭉 살펴보고 골라도 좋고, 한겨레 .txt를 보고 책 한 권을 골라도 좋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제목을 쭉 훑어보고 책 한 권을 고르는 거지.
🎙️휴가 때 뭘 읽을 거야?
💬난 이번 여름휴가에 읽다 만 ‘혼모노’ 책도 읽고, 배정한 교수가 .txt에 소개한 정원 관련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휘클러들에게 하고픈 말.
💬책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벗의 삶이 중요해. 너와 나의 지금, 너와 나의 생각, 너와 나의 삶이 소중해. 지금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고 난 생각해. 그런데 책이 그런 너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거야. 또 네가 힘들 때, 네가 위기에 빠질 때, 또 뭔가를 알고 싶을 때,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고 싶을 때, 상상을 펼치고 싶을 때, 너에게 도움을 줄 거야. 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졌을 때 나는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라는 책을 읽고 완전히 암에 관한 관점을 바꿨고, 그래서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거든.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해. 너와 나의 소중한 삶을 풍요롭게 또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책이라서, 함께 읽고 싶은 거야. 이 멋진 세계를 함께 여행하면 더 좋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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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으로 고른 책 읽기는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야.
- 한국은 10년 동안 10명 중 3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게 되었대.
- 하지만 요즘은 책 읽는 사람이 멋져 보이는 ‘텍스트힙’의 시대야.
- 필사도 굿즈도 좋아하는 1020세대들은 시집도 좋아한대.
- 한 달에 한 번 서점 가기, 한 달에 한 권 읽기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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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안 낸다 가수 임영웅이 2집 앨범을 씨디는 안 내고 화보와 메시지를 담은 앨범북을 내기로 했어. 화보집은 음반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데 과감한 결단을 했어.
📺‘혼문’의 힘 ‘케이팝데몬헌터스’ 수록곡 ‘골든’이 빌보드 2위까지 올랐어. 애니메이션 노래로 1위를 한 건 1993년 ‘알라딘’ ‘어 홀 뉴월드’ 이후 없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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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었으니 어쩔 수가 없네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어. 영화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년 전 서울도서전에 김건희씨가 방문했는데, 그 때문에 무대와 주제문까지 바꿨대. 최근 문체부 고발 혐의를 벗은 윤철호 출협회장을 만났어.
📺일부 아닌 보편 ‘요즘 ‘테토녀’ ‘에겐남’ 말 많이 듣지? 도우리 작가가 성역할에서 벗어난 유형이 보편이 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 집중해서 트렌드를 분석해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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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Vol.207: 60대 이장이 노인 업고 뛴 날이 나가고 폭우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호우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럴 때일수록 기후 변화에 취약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기후 뉴스에 관심을 갖자.
환경을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시작하면 더 좋겠지. 2호😎는 다음주 휴가기간 산사태 피해가 있던 충남 당진에서 소소하지만 복구 작업에 손을 보태보려 해. 로켓배송을 줄이고 자전거와 계단, 텀블러와도 더 친해지려고. 휘클리가 다시 돌아오는 2주간, 환경을 위해 실천한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눠줘. 다음 호에 소개할게.
😥호우 피해가 막심했던 건 알고 있었는데 호우 피해 지역에서 사람들이 관광을 즐겼다는 건 몰랐어. 시간이 갈수록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주의가 심해지는 것 같단 생각이 들곤 해.
😉매여름, 반복되는 사고에서 당하는 건 늘 사회의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이야. 그럴 때마다 거대한 무력감을 느껴. 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쉽게 외면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어. 환경을 망가뜨리는 주체와 고통을 받는 주체가 극명하게 갈리는 게 참 부당해. 휘클리 덕분에 산사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 안전에 대해 과할 정도로 대비하고 또 대비해서 내년에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전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커지길 바라.(나 포함해서!)
😔집중호우 수해 지역에 대한 보도가 좋았어. 피해마을 진입이 어려웠을 텐데 기자님 땡큐~ 나는 수원에 살아. 다행히 이번 비에 주변 피해는 없었는데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 오산 가장동 옹벽 붕괴 지역이야. 가끔 다니던 길이 붕괴되는 사고 영상을 보고 진짜 놀랐고 이번에 피해를 본 차가 내 차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섭더라고. (...) 극한 호우를 내린 비구름이 장마가 아니라던데, 장마와 이번 호우의 차이점과 구별을 알려주면 좋겠어.
😊폭우 이후의 사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았어. 피해만 보이고 후속은 뉴스에서 접해도 세세한 것은 알기 어려워 금방 잊혀지는데 덕분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좋았어.
🤔이제는 기후 위기를 벗어나기 힘든 지경까지 온 것 같은데 후속 기사로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겨내야 할 방안이나 방법 등에 대해 진보, 보수 가릴 것 없는 의견을 다뤄줬으면 좋겠어. 이제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데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닌 것 같아. 생각 같아서는 새로 짓는 아파트든 오래된 아파트든 태양광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같이 느껴지는데 이런 의견을 듣고 싶어.
📚‘인류세 엑소더스’ 당첨자는 👉0596 👉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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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휘클리 추천 책에서 한 권씩 골랐어. 세 명에게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천 개의 베개’ 세 권 중 한 권씩 보내줄게. 받을 때쯤에는 휴가가 끝날지도 모르겠다. 휴가 아니어도 언제나 책 옆에 있길 바라.
✔️마감은 다다음 주 수요일(8월13일) 낮 12시야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메일주소 ✔️원하는 책 제목을 함께 보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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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록에 weekly@hani.co.kr를 추가하고 휘클리를 스팸함에서 구해줘. 🙏
📫 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선식(살몬) | 권지담(2호) | 구둘래(9몬) 기자가 제작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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