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군경 등 2만1314명을 투입했어. 피해 지역은 지금 두터운 진흙에 파묻혀 있어서 구조 작업이 쉽지 않아. 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실종자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애를 태우고 있어.
2차 홍수 가능성도 구조를 어렵게 하고 있어. 대홍수로 흘러내린 암석·토사·얼음이 강을 막으면서 일종의 ‘자연댐’ 호수들이 생겼는데 이게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는 거지. 히말라야 인근 국가들이 모여서 만든 국제 통합 산악 개발센터(ICIMOD)는 며칠 안에 2차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대.
네팔 당국이 주력해서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수력발전소야. 네팔 당국은 발전소 6곳에 900명 이상이 고립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무너진 발전소에는 트럭도 다닐 수 있는 커다란 내부 터널이 있어. 물과 비상식량이 있다면 몇 주 정도 버틸 가능성이 있대. 트리슐리-3A 수력발전소에서는 구조대가 터널 안 물을 빼내고 공기를 공급하는 중이야.
이번 재난으로 연락이 끊긴 한국인 9명(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도 이 발전소들 중 하나인 어퍼트리슐리-1 발전소에 근무하고 있었어. 정부는 합동 신속대응팀과 해외긴급구호대를 파견해서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진 구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 현지 수색 상황에 대해선 네팔 현장에 나가 있는 이슈팀 정봉비 기자 연결해서 들어볼게.
🎙️현재 한국인 실종자 구조 상황은 얼마나 진척됐어?
💬지난달 27일 정부는 외교부·경찰청·소방청 인원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네팔에 파견했어. 첫날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 닥쳤어. 네팔 군 당국의 허가·날씨 등의 변수로 수색을 위해 미리 임차한 민간 헬기를 띄우지 못했거든. 그 뒤로 날씨도 나아지고 대응팀도 끈질기게 설득해서 헬기를 띄울 수 있게 됐지.
대응팀은 홍수 발생 시간과 그 시간 직원들의 동선을 바탕으로, 실종 지점 ‘좌표’를 설정해 헬기 위에서 살펴보는 방식으로 수색을 진행했어. 또 마냥 헬기에 의존할 수는 없어, 육로를 통해 수색하는 팀을 따로 꾸려 실종자들이 머물던 캠프와 근무지에서 약 2㎞ 떨어진 지역까지 진입해 드론을 띄우고 주변을 수색하기도 했고.
🎙️구조가 쉽지 않구나.
💬대응팀은 현장에 파견된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거의 매일 브리핑을 열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네팔 정부가 외국 수색·구조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추정이 있어. 첫 번째는 네팔의 새 정부 성격과 관련이 있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젠지 시위 영향을 받아 탄생한 네팔 정부 내각은 제일 고령이 50대일 정도로 젊은 편이거든. 새로 탄생한 정부는 국가적인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거 부패한 외세 의존적인 정부와 똑같은 모습으로 외국 구조대에 도움을 구하는 이미지를 만들면 안 된다고 판단한다는 거야.
또 하나는 지난 2015년 네팔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세계 각국에서 구조대를 보냈고 네팔 정부가 받아들였다고 해. 하지만 각국의 구조대들이 각자 활동을 진행하며 서로 영역이 겹치는 등 협조가 안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었대. 이런 경험 때문에 네팔 정부가 구조 상황을 직접 관리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어.
우리 대응팀은 이런 상황에도 네팔 고위층과 꾸준히 접촉해 다른 나라들은 거의 받지 못한 헬기 사용 허가를 받기도 했고, 구조대 정식 파견 허가도 받았어.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어. 지난 2일 입국한 ‘긴급구호대’가 정식으로 구조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야. 이들은 사고 장소 인근 수색 숙영지로 이동해 본격적인 수색 준비를 마쳤어.
🎙️직접 현장을 보고 있잖아. 어때?
💬처참하고 참혹해. 홍수로 인한 피해 지역 중 그나마 접근이 가능한 네팔 ‘비두르’라는 지역 마을들을 둘러보고 왔는데, ‘데비가트’라는 마을에서 본 모습을 잊을 수 없어. 마을이 온통 뻘밭이고, 지붕은 박살나 있고 구조대는 하얀 천으로 시신을 가린 채 들고 이동 중이었지. 길을 둘러보다가 마을 건물이 죄다 2층 정도여서 현지 가이드에게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원래는 4층 정도 되는 건물이라고 하더라고. 나머지 2층 정도는 진흙 아래 파묻힌 상태인 거야.
원래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얻어보려고 창문을 통해 들어가 찾는 모습도 봤어. 마을 바로 옆에는 이번에 범람한 ‘트리슐리강’이 있었거든. 엄청난 유속으로 굉음과 함께 물이 흘러가는데 진흙 색과 검은색이 섞인 흙탕물이더라고. 누가 봐도 저 강에 빠지면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
수도 카트만두 병원·화장터 상황도 처참하긴 마찬가지였어. 시신을 안치하는 병원 앞에는 시신의 사진과 그 사람의 추정 이름, 주소 등이 적힌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물에 불고 진흙을 채 닦지 않은 시신의 적나라한 사진 때문에 헉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 실종자를 찾아온 네팔 사람들은 그 사진들을 일일이 확인해 보며 내 가족이 있는지 신중하게 찾아보는 모습이었어.
네팔은 힌두교 성지와 같은 종교적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터 앞은 병원에서 넘어온 시신이 흰 천에 둘러싸인 채 입구에 차례로 놓여 있는 모습이었어. 홍수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엉엉 울면서 뺨을 만지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