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쉽게 말해 파리랑 비슷한 거지?
💬정식 명칭이 붉은등우단털파리잖아. 등이 붉고, 자세히 보면 몸이 벨벳처럼 돼 있거든. 한자 우단이 우리말로 하면 벨벳이야. 털파리는 말 그대로 털이 많은 파리란 뜻이지.
🎙️파리는 도망이라도 가지, 러브버그는 왜 이렇게 달려들어?
💬중국에서도 그렇고 우리도 조사를 해봤더니 러브버그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 아예 그런 개념조차 없다고 해얄까.
🎙️왜 그런 거야?
💬사람 주변에서 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남극 펭귄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보면 사람이 옆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잖아. 호주에서 사는 동물도 마찬가지고. 반대로 사람 주변에서 사는 생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
🎙️예를 들면?
💬모기나 파리가 대표적이지.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잖아. 진화적으로 봤을 때 사람과 살면서, 도망가야 살 수 있다는 걸 체득한 거지. 잘 도망간 애들만 살아남는 자연 선택 때문에 그런 특성이 점점 강화됐고.
🎙️러브버그는 달라?
💬러브버그는 숲 속에서 조용히 살던 애들이니까 그런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 게다가 한 번에 알을 200~300개씩 많이 낳거든. 러브버그의 마음을 정확힌 모르지만, 몇 마리는 죽어도 상관없단 인식이 있을 수 있다고 봐.
🎙️러브버그가 해를 안 끼쳐도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잖아. 참는 게 답일까?
💬이 정도로 대발생하고 전국적으로 퍼지면 해충처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봐. 다만, 러브버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정확하게 연구가 된 상태에서 방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단 거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뿌리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아까 말한 대벌레 사례처럼?
💬그렇지. 다른 벌레를 잡으려다가, 애꿎은 다른 생물이 죽어서 러브버그 대발생을 통제하지 못한 상황이 생긴 거잖아.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 또 러브버그는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어. 파리나 모기처럼 말이지.
🎙️벌써? 적응이 빠르네.
💬직접 테스트한 건 아니지만, 살충제 저항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일반 곤충보다 많은 건 사실이야. 유전자가 많다고 무조건 저항성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있어. 성충을 잡는 방법이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있지.
🎙️어떤 점에서?
💬러브버그는 성충이 되기 전에 낙엽 밑에서 산다고 했잖아. 생애 주기로 따지면, 1년 중에 대부분은 낙엽 밑에 있다가 1~2주 정도 반짝 성충이 돼서 활동하는 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핵심은 애벌레일 때 방제하는 건데, 여기에 대한 관리 방법은 없어.
🎙️그럼 어떻게 잡아야 해?
💬나도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을 연구 중이야. 러브버그에 기생하는 벌레가 있나 보려고 사육하고 있어. 예를 들어 파리 애벌레를 키우다 보면 성체 파리가 나와야 하잖아. 근데 가끔 벌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벌이 파리 몸속에 기생했다가 숙주를 죽이고 자기가 대신 나오는 거지. 아직 러브버그는 그런 점은 못 찾았어. 러브버그만 공격하는 병원균이 발견되지도 않았고.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천적은?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천적이 없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그래도 관찰했을 때 웬만한 포식자들은 잘 먹더라고. 사마귀나 지네, 그리마 같은 애들 말야. 특히 사마귀는 성충을 잡아먹지만, 지네나 그리마는 낙엽 밑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어. 러브버그 개체 수를 조절하려면 이런 포식자들이 더 다양해져야 해.
🎙️러브버그를 없애는 건 쉽지 않겠네.
💬러브버그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과거에 모기를 박멸한다고 DDT(디클로로페닐트리클로로에탄) 같은 강력한 살충제를 뿌렸지만, 박멸되지 않았잖아. 러브버그를 박멸하려면 낙엽을 다 치우고, 성충 나오면 바로 농약 뿌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산에 나무를 죄다 깎아서 민둥산을 만들지 않는 한, 러브버그는 다시 생길 거야.
🎙️러브버그는 언제쯤 사라질까?
💬6월 말과 비교하면 많이 없어진 느낌이 들지 않아? 7월 중순쯤이면 사라질 거야. 성충 수명이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잖아. 물론 개체마다 우화 시기가 달라서 전체 러브버그의 출현 기간은 한 달이 넘지만, 눈에 확 띄는 대발생은 길어야 1~2주 정도야.
🎙️장마가 늦어져서 러브버그가 더 길게 나타날 거란 얘기가 있던데.
💬장마하곤 크게 상관없어. 실험실에서 러브버그를 보면, 온도에 가장 민감해. 올해 특히 떼로 보였던 건 초여름에 온도가 평균보다 낮았잖아. 그래서 작년보단 일주일 정도 늦게 나타났어. 온도가 낮았다가 갑자기 확 올라가면서 러브버그가 떼로 몰려나왔고.
🎙️더워지니까 한꺼번에? 그게 어떻게 가능해?
💬러브버그 애벌레는 일정 온도가 되면, 번데기 될 준비를 해.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 ‘조금 일찍 번데기가 될게’라거나 ‘더 더울 때 번데기가 될래’라며 조금씩 다른 시기에 번데기가 되거든. 1만 마리면 100마리씩 말이지. 근데 온도가 갑자기 확 올라가니, 1만 마리가 동시에 ‘이때다’라며 번데기가 된 거지. 한꺼번에 번데기가 돼서 한꺼번에 우화하니 개체 수가 훨씬 많게 느껴질 수밖에.
🎙️앞으로도 러브버그는 매년 더 늘어날까?
💬기후에 따라 다르긴 할 텐데, 러브버그가 수도권에서 벗어나서 산림이 많은 지역에 어떻게 정착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아. 경기도 안에서도 양평이나 광주, 용인이 산림이 우거진 곳인데 아직 러브버그가 보고되지 않았거든. 이곳에 정착한다면, 러브버그가 한국 추위에 완전히 적응을 마친 상태기 때문에, 열섬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지.
🎙️러브버그가 더 늘어나면 생태계엔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러브버그는 낙엽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걸 원래 하던 국내 토착 곤충들이 있거든. 러브버그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면, 기존 분해자 곤충들은 설 자리를 잃고 종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어. 생태계 교란의 한 유형이라고 봐야지.
🎙️생태계에 혼란을 주는 외래종 또 뭐가 있지?
💬꽃매미나 선녀벌레처럼 나무의 수액을 빨아 나무를 약하게 만드는 해충도 있고, 불개미처럼 사람을 물고 위협을 주는 사례도 있지. 생태계 교란종은 강한 포식자인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황소개구리야. 들어오자마자 물고기, 뱀까지 마구 먹어치웠으니까.
🎙️곤충 중엔 황소개구리 같은 포식자는 없어?
💬곤충 중엔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농작물 해충이 들어오면 치명적이야. 만약 특정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이 있는 나라로 지정되면, 수출이 막히거든. 그럼 농민 피해가 커지겠지. 식물 검역을 까다롭게 하는 이유기도 해. 기후위기와 함께 외래종 유입이 많아지고 있어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보고 있어.
🎙️러브버그를 잘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뭐가 있을까?
💬일단 서울시가 만든 대발생 곤충 관리와 관련된 조례안을 만든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조례가 러브버그 방제를 무조건 강화하잔 건 아니거든. 조례가 생기면 방제 매뉴얼을 만들 수도 있고. 오히려 아무런 기준 없이 무작정 파리 취급하고 방제하면 그게 더 위험하니까.
🎙️지금 매뉴얼이 전혀 없어?
💬위생 해충이나 농업 해충은 매뉴얼이 다 있어. 근데 러브버그처럼 사람을 직접 해치진 않지만 불편하게 만드는 ‘생활 불편 곤충’은 아직 매뉴얼도, 전담 부서도 없어.
서울시는 보건소에서 담당하긴 하는데, 사실 보건소가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곳은 아니잖아. 민원이 많아서 임시로 맡고 있는 거야. 이제는 이런 종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일상에서 러브버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빛을 차단하는 걸 추천해. 창문에 암막 커튼을 활용하면 러브버그가 집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어. 방충망이나 창문 틈새를 꼼꼼하게 확인하자.
🎙️러브버그 같은 새로운 곤충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새로운 생물이 등장했을 때 놀라고 불편한 건 당연해. 하지만 단지 보기 싫다고 다 없애버리면, 오히려 생태계가 더 망가질 수 있잖아. 중요한 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안 생길까?’란 질문을 던지는 태도야. 궁극적으로 영화 매드맥스에 나오는 사막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을 즐기고 생물과 공존하려는 태도가 필요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