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엔 언제부터 있었어?
💬현지시각 기준으로 6일부터 10일까지 바티칸에 머물렀어. 4일간은 바티칸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지.
🎙️새 교황을 보려고 온 사람들 정말 많았지?
💬발 디딜 틈이 없단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사람이 어마어마했어. 레오 14세가 선출된 콘클라베 둘째 날엔 성 베드로 성당 앞 광장과 주변 도로에 15만명 정도 모였다고 해. 이탈리아 정부는 콘클라베 기간 예상 방문객만 25만명 정도 될 거라고 추산하기도 했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때 분위기는 어땠어?
💬사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어. 성당 근처에서 라이브 영상을 틀어놓고 대기하다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영상을 보고 미친 듯이 성 베드로 광장으로 뛰었지.
🎙️어디에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굴뚝 근처에 가기 어렵기도 했고, 정확히 몇시에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니 차라리 빨리 뭐라도 좀 먹을까 해서 근처 식당에 있었지.
🎙️하필, 딱 그때 연기가 피어올랐던 거구나.
💬응. 인상적이었던 건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성 베드로 광장으로 다 같이 전력 질주했단 거야. 역사적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말이지. 마치 달리기 경주하는 것 같았다니까?
🎙️근처에 기자실은 없었어?
💬성 베드로 성당 근처에 프레스 미디어 센터가 있긴 했어. 그곳에도 기자들이 많이 상주해 있었지. 근데 거긴 실내에서 TV 화면으로 생중계를 보는 거라, 현장 분위기를 알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사람들 이야기도 들을 수 없고.
🎙️광장에 도착했을 땐 사람들 반응은?
💬울먹이는 사람, 소리를 지르는 사람 등 축제에 온 듯 그 순간을 즐겼어. 마치 최면에 빠진 것처럼 많은 사람이 교황 한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은 성스러워 보였어.
🎙️요원, 혹시 가톨릭 신자야?
💬신자가 아닌데도 바티칸에 있으니 가톨릭 신자의 마음이 이해됐달까. 인종과 국적이 다르지만 함께 사진을 찍고 포옹하며 서로를 축복하는 모습을 보니, 인류애가 느껴지더라고. 콘클라베를 무더운 7~8월에 하지 않게 된 것도 전 교황님의 선물이란 생각마저 들더라니까.
🎙️그랬구나.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방문객은?
💬콘클라베를 보려고 아침부터 광장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꽤 많았거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안 풀고 캐리어를 가지고 온 가톨릭 신자가 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연기가 피어오른 순간을 본 것 같았어. 콘클라베를 위해 무작정 광장에 온 건데 역사적 순간을 딱 마주한 거지.
🎙️미국인들 반응은 어땠어?
💬미국에서 온 21살 신자는 “미국 교황을 상상해본 적 없다”면서 정말 기뻐했어. 교황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온 65살 신자도 기쁘고 흥분되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어.
🎙️레오 14세는 유력 후보가 아니었잖아. 이름이 호명됐을 때 반응이 어땠어?
💬나를 포함해 주변에 80% 정도는 못 알아들었어. 어? 이런 분위기였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우리에게 교황이 있다는 선언과 함께 새 교황 이름을 발표했는데,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낯선 이름에 당황한 듯 보였어.
🎙️요원도 예상 못 한 거지?
💬응. 외신에서 거론된 유력 후보들 위주로 이름을 외워뒀는데, 잘 모르는 이름이 들리니 어리둥절했지. 현장에서 인터넷도 안 터졌고 말야. 그때 마침 내 주변에 미국 시카고 사람이 있었거든. 가족이 그분에게 레오 14세의 풀 네임을 문자로 보내서 알게 됐어.
🎙️왜 레오 14세는 유력 후보가 아니었던 거야?
💬후순위였지, 후보군에 있긴 했어. 레오 14세는 첫 번째 투표 때부터 물망에 올랐다고 해. 1등은 아니었지만, 투표가 진행되면서 점점 순위권으로 올라왔다고 해. 네 번째 때 압도적으로 선출됐고. 콘클라베가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다 보니 내부 사정은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것 같아.
🎙️그럼 외신이 추측한 게 틀렸던 거네?
💬유흥식 추기경이 콘클라베 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 언론의 예측이 한 번도 들어맞은 적 없다고.
🎙️왜 그런 걸까?
💬유 추기경은 콘클라베가 끝난 후 콘클라베에서 제공되는 책자를 공개했어. 꽤 두꺼웠는데, 전체 추기경의 사진과 약력이 담겨있다고 해. 콘클라베 시작 전(4월22일~5월6일) 12번의 총회에서 추기경들이 교회와 사회에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들어볼 기회도 충분히 주어졌고.
🎙️그런 것들이 언론엔 공개되지 않으니까?
💬그렇지. 언론에선 추기경의 행적 중 드러난 것 위주로 예측할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 보니 교황청 실세인 피에트로 파롤린이 주로 언급됐던 것 같아.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나 가나 출신 피터 턱슨처럼 정체성이 강한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레오 14세가 미국 출신인 점도 예측하지 못한 원인이 됐던 것 같아
💬바티칸 내부에서 미국 출신 교황에 대한 거부감이 켜켜이 쌓여왔던 것 같긴 해. 가뜩이나 초강대국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는데, 교황까지 미국인이 돼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있었던 거지. 근데 레오 14세란 인물을 미국인이란 정체성으로 국한하긴 어려워.
🎙️왜?
💬태어난 곳은 미국인데, 사목 생활 전반은 페루에서 했잖아. 페루 시민권자이기도 하고 5개 외국어를 하니까. 미국인보단 세계인, 인터내셔널리스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그렇고.
🎙️이쯤되니, 트럼프 반응이 궁금하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놀랐다”며 “정말 대단하고 절대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말했어. 이탈리아 등 각국 정상들도 어려운 시기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유흥식 추기경도 후보로 거론됐잖아. 가능성이 전혀 없었어?
💬진심으로 유 추기경이 되길 바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 근데 추기경 명단을 보면 여전히 유럽 출신이 많거든. 추기경이 세계 70개국으로 다양해진 것도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든 유산이니까. 아시아 출신 교황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현장에서 인기가 가장 많았던 후보는 누구였어?
💬필리핀 출신 타글레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되잖아. 프란치스코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란 점 때문에 지지자가 많았던 것 같아. 현장에서 국적과 상관없이 프란치스코를 좋아하는 사람은 타글레를 차기 교황으로 원했어. |